축사■ 전남대 보철학교실 주임교수 박 상 원
석별의 정

이번 2월을 마지막으로 양홍서 교수님께서 정년으로 학교와 병원을 떠나신다. 5년 전 방몽숙교수님이 정년하신 게 바로 작년인 것 같은데, 또 한분의 은사님이 보철과를 떠나시게 되었다. 새삼 느껴지는 야속하게 빠른 시간의 흐름이다. 전남대학교 치과대학의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치과의사로 교육시켜 떠나보내면서 매년 새롭게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기위해 찾아온 사연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을 이제 모두 그리움으로 남겨두어야만 하시리라…….

가끔 40년 가까이 대학에서 교육과 진료로 평생을 보내왔던 시간들에 대한 보람과 정년 후의 제2의 인생도 즐거울 것이라고 기대하고 준비하고 계시다면서 앞으로의 계획들에 대한 말씀들을 옆에서 듣고 있다 보면, 제자이자 후배인 보철과 교수들은 지난 세월동안 든든했던 은사님의 빈자리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오늘도 옆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계시는 뒷모습에서 보철과에서 환자들과 수련의들과 함께했던 지난 세월만큼 어깨위로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세월이 모든 이에게 주고 마는 선물이겠지만…….

양교수님의 정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임현필교수가 짧은 글 하나를 부탁하면서 “교수님이 양교수님의 대학원 첫 제자이십니다” 라고 상기시켜준다. 인턴으로 보철과에 입국하며 인사드리던 첫날 그리고 보철과 수련생활과 논문지도를 받던 기억들을 시작으로 35년이 넘는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내 안에 교수님을 잠시 추억해 본다.

나에게 교수님의 첫 기억은 치과대학 2학년 때인 1982년의 Cr & Br 수업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생각하면 앳된 모습이었을 30살 즈음의 칠판가득 필기를 해가면서 열강 하시던 젊은 날의 교수님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후 세월동안 교수님과 함께한 추억들이 정말 많다. 치과대학 학생에서 수련의로, 석사, 박사의 지도교수님으로, 그리고 20년 동안 보철과에서 후배교수로 함께 근무해오면서 교수님을 모셨다. 돌이켜보면 교수님의 총각 시절부터, 정교수님과의 결혼식, 서울대 박사학위 수여식에도 참석해 축하드렸으니 양교수님이 대학에서 근무를 시작하던 순간부터 모든 세월을 거의 함께한 행복한 제자인 것 같다.

매년 보철과 OB모임에서 양교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김상석 선생님이 항상 “양교수님은 한마디로 선비시잖아” 라고 하면 주변에 앉아있는 모든 이들이 교수님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로 동의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우리 제자들에게 기억되는 교수님의 모습은 지난 세월동안 한 번도 흥분한 모습을 뵌 적이 없는 한결같은 선비의 모습이다. 내 기억 속 처음모습 그대로의 한결같은 모습을 오늘도 뵙는다. 항상 합리적이시고, 따뜻하게 제자들을 감싸고, 힘들어 하는 수련의들을 격려해 주시는 참 스승의 모습이다. 후배교수들의 롤 모델이신 교수님이 보철과를 떠나시면 우리 후배교수들은 교수님의 빈자리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다가오는 이별의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오늘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쓰면서 “석별의 정”을 볼륨 높여들으면서 앞으로의 그리움을 달래본다.

“교수님! 지금 그대로의 고결한 선비의 모습으로, 자애로운 스승의 모습으로 항상 우리들 곁에 남아계시면서 건강하신 모습으로 제자들을 자주 찾아 주십시오.”

2020년 2월
전남대 보철학교실 교수
박 상 원